우리 농장에는 침대 왼쪽 벽에 사임당의 초충도가 걸려 있다.
노란 가지 꽃(가지꽃은 보라색인데 사임당 초충도엔 노란색이다) 과 가지가 두 개 달려 있고,
가지 나무 위로는 두 마리의 나비가 날고,
가지나무 아래 오른 쪽으로는 봉오리만 노랗게 맺혀있는 가지나무 가지,
왼쪽으로는 사마귀(논·밭을 비롯한 들판, 산자락의 풀숲에서 서식한다) 한 마리가 가지를 따 먹을 듯한 자세다.
이 그림을 보며 가지랑 꽃이랑 나비랑 게다가 사마귀까지...
500여 년 전에 지금 우리 농장에서도 흔히 볼 수 있는 풍경을
그대로 화폭에 담은 그 솜씨와 그 마음과 그 성품이 정답고 좋아
침대 벽에 걸어 놓았다.
현대와 조선을 오가는 퓨전사극인 '사임당 , 빛의 일기'를 보며
나이 들어서인지 뭐든 빨리 빨리 감을 못 잡고 있던 터에
경순이가 올려준 글의 내용을 찬찬히 읽으며 머릿속에 재정리 해본다.
천 원짜리에서 겸재 정선의 ' 계상정거도(溪上靜居圖 )' 를 보며
정선의 그림을 다시 들여다 보았듯이 사임당의 그림도 다시 찬찬히 들여다 본다.
그리고,
이경순이 홈(칼럼난 2373번)에 올렸던, "이중섭 화백이 어려웠을 때 받은 시어머님의 도움을
고맙게 여겨 어머니와 다섯 아들들을 표현한, 큰 꽃 한 송이를 다섯 아이들이 둘러싸고 있는
그림을 그려 시어머님께 선물했는데, 아들들의 등록금이 부족하던 어느 날 그 그림은
동화작가 마해송 선생 댁으로 갔고 동화책 <모래알 고금>의 표지가 되었다는 것,
그 후로 많은 세월이 흘렀고 그림의 행방도 묘연했는데
이번 덕수궁 전시회에서 그 그림과 60년 만에 감격스런 해후를 했고,
그림을 다시 본 순간, 묵은 숙제를 푼 듯 마음이 가벼워졌다"고 했다.
경순이가 애타게 찾던 이중섭의 <꽃과 노란 어린이>도 다시 들여다 보련다.
또, 그리고
'율곡의 어머니가 아닌 조선 대표 산수화가의 부활' 이라는 '정재숙 / 중앙일보 논설위원 겸 문화전문기자' 의 글은,
율곡의 어머니가 아닌 조선 대표 산수화가, 라는 글이 정곡을 찌른다.
어머니, 라는 대명사가 아닌 조선 대표 산수화가, 쾌재라도 부르고 싶지 아니한가!
사임당이 그린 '산수화', 경순이의 <꽃과 노란 어린이>의 발견처럼 어디선가 홀연히 나타났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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