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밸런타인 데이’의 유래와 의미
- 이경순
2월 14일이 ‘밸런타인 데이’라는 것은 남녀노소 누구나 다 알만큼 널리 알려져 있다.
그러나 이 날을 '여자들이 좋아하는 남자에게 초콜릿을 선물하는 날'로만 아는 이들이
대부분이다.
‘밸런타인 데이’의 참다운 의미가 무엇인지 제대로 알려면 그 유래부터 살펴볼 필요가 있다.
서기 269년 로마의 황제 클라우디스 2세는 젊은 청년들을 군대에 징집하기 위해
결혼 금지령을 내렸다.
서로 사랑하지만 결혼할 수 없어 애태우는 청춘남녀들의 안타까운 처지를 딱하게 여긴
발렌티노 주교는 연인들을 교회로 불러 주례를 서주었다.
클라디우스 황제는 발렌티노 주교가 금지령을 어기고 결혼식을 올려준 사실을 알고
크게 노해서 발렌티노 주교를 사형에 처했는데 그 날이 2월 14일이었다.
이후 2월 14일은 ‘밸런타인 데이’라고 불리며 '좋아하는 사람에게 사랑을 고백하고,
고마운 사람에게 마음 전하는 날'로 자리 잡았다.
‘밸런타인 데이’에 초콜릿을 선물하는 풍습은 서양이 아니라 엉뚱하게도 일본의 한
제과회사 판촉행사에서 비롯되었다.
서양 선교사들에 의해 ‘밸런타인 데이’ 풍습이 일찍 도입된 일본에서 1960년대
세계적인 여성운동의 영향으로 크게 신장된 여권에 눈을 돌린 제과회사가
"여자가 먼저 좋아하는 남자에게 초콜릿을 선물하며 사랑을 고백하자"는
홍보행사를 펼쳤다.
여자들이 초콜릿을 사게 하는 이 행사가 성공을 거두자 일본 제과업체들은
남자들에게도 초콜릿을 팔기 위해 ‘밸런타인 데이’ 한 달 뒤인 3월 14일을
"발렌티노 주교가 맺어준 커플이 영원한 사랑을 약속한 날"이라는 황당한 명분으로
남자가 여자에게 초콜릿을 선물하는 ‘화이트 데이’를 만들었다.
‘밸런타인 데이’와 ‘화이트 데이’ 한 달 사이에 일본에서 팔리는 초콜릿의 양은
일 년 동안 팔리는 총판매량의 4분의 1에 이른다고 한다.
이와 같은 일본 제과업자들의 기막힌 상술이 만들어낸 초콜릿 판매전략이 바다 건너
우리나라에도 그대로 들어와 ‘밸런타인 데이’의 유래나 의미는 아랑곳없이
2월 14일은 여자에게 남자가 초콜릿 받는 날, 3월 14일은 남자가 여자에게
초콜릿 주는 날로 자리 잡았다.
황제의 금지령 때문에 결혼할 수 없어 애태우는 젊은 연인들을 위해 기꺼이 목숨을
바친 발렌티노 주교의 크나큰 희생은 모르는 채, 한낱 과자장사의 얄팍한 장삿속에
무분별하게 휘둘리다니 참으로 우스운 일이다.
몇 해 전 적십자사가 내걸었던 자원봉사 캠페인의 캐치 프레이즈 "밸런타인 데이를
볼룬티어 데이로"가 새삼 생각나는 2월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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